창세기 29장: 속이는 자가 속임 당하다

해설:

베델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한 다음 야곱은 계속 걸어서 드디어 하란에 도착합니다. 그는 하란에서 나오는 목자들을 만나 나홀과 라반을 아느냐고 묻습니다. 그들은 마침 라반의 딸이 양떼에게 물을 마시게 하러 오고 있다고 알려 줍니다. 야곱은 우물을 덮은 돌을 굴려내어 라헬이 양떼에게 물을 먹이도록 도와 준 다음에 자신을 소개하며 그에게 인사를 합니다. 라헬은 그 사실을 알고 나서 급히 집으로 가서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알립니다. 라반은 뒤이어 도착한 야곱을 껴안고 입을 맞추며 환영합니다. 야곱은 집안에 들어가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외삼촌에게 털어 놓습니다.

그렇게 외갓댁에서 지낸 지 한 달이 되자, 라반은 야곱이 장기적으로 체류해야 할 사정임을 알아 차립니다. 또한 그동안 야곱이 일하는 것을 보고 쓸만한 일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라반은 그를 잡아 둘 속셈으로 보수를 어떻게 정하면 좋겠느냐고 묻습니다. 흥정의 달인 야곱은 이미 계산을 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사이에 라반의 둘째 딸 라헬을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라반이 쉽게 딸을 내어 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파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라반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합니다. 7년 동안 무보수로 일할 터이니 라헬과 결혼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라반은 그 제안을 받아 들입니다. 야곱은 라헬을 너무도 사랑했기에 “칠 년이라는 세월을 마치 며칠같이 느꼈다”(20절)고, 성경 저자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칠 년이 지난 후에 라반은 약속대로 라헬과의 결혼을 허락합니다. 하지만 초야를 치루고 나서 보니 상대는 라헬이 아니라 첫딸 레아였습니다. 야곱은 외삼촌에게 어쩌면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으나, 라반은 관습을 핑계로 대면서 칠 년을 더 일하겠다고 약속해 주면 라헬까지 아내로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라반은 흥정의 명수인 야곱의 머리 위에 있었던 것입니다. 라반은 두 딸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물건처럼 취급하는 사람이었으니, 조카를 속이고 착취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야곱은 어쩔 수 없이 라반의 제안을 받아 들였고, 또 다시 칠 년의 노예 아닌 노예로 살아야 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야곱은 라헬을 편애했습니다. 공평하신 하나님은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레아를 불쌍히 여기셔서 자녀의 축복을 허락하십니다. 당시로서 여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힘은 자녀들이었습니다. 그는 아들을 낳을 때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돌보아 주신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감사를 드립니다. 남편에게 받지 못하는 사랑을 자녀들을 통해 채웠던 것입니다.

묵상:

야곱은 흥정의 명수요 속임수의 귀재였습니다. 태생적으로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여 인생 역전을 이루려고 몸부림 치다 보니 흥정의 능력과 속임수가 발달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발휘했던 흥정과 속임수와 꼼수는 그의 인생을 역전시키기는 커녕 더욱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판 그 구덩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원치 않는 이민의 길을 떠났는데,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자신은 당할 수 없을만큼 교활한 외삼촌이었습니다. 그는 속임수와 꼼수로 외삼촌과 겨뤄 보려 했지만 그가 당해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임자를 만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야곱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점차로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다스림을 의지하는 사람을 변화되었을 것입니다.

14년 동안 야곱은 ‘왜 내 인생은 이렇게 꼬이기만 하는가?’ 싶었을 것이고, ‘하나님은 왜 내 서원을 받아 주시지 않고 이렇게 당하도록 내버려 두시는가?’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서야 바로 그것이 그를 새롭게 빚어내는 기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인생 여정은 이토록 신비롭습니다. 축복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재앙인 경우도 있고, 재앙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축복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하는 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은 결국 그 일을 통해 내가 어떻게 변화 되었느냐에 있습니다. 번영 중에도, 재앙 중에도 하나님의 다스림 안에 있기만 하면 그 모든 것이 은혜의 도구가 됩니다.

3 thoughts on “창세기 29장: 속이는 자가 속임 당하다

  1. 야곱이 외삼촌 라반에게 당하는 것이 고소하면서도 어딘지 어색합니다. 혼례를 아무 준비 없이, 느닷없이 치루지는 않았을텐데 신부가 라헬이 아니고 레아가 될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식을 할 때는 라헬이었는데 그날 밤에 부부의 침실에는 라헬 대신 레아가 들어간 것일까요. 에서의 옷을 입고 이삭 앞에 앉아 있던 야곱이었는데, 옆에 누운 라헬 얼굴을 들여다 보며 화들짝 놀라는 아침을 상상하면 비극이 아니라 코미디입니다. 라헬은 아버지의 속임수를 미리 눈치챘다면 눈치챈대로, 몰랐다면 모른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며칠같이 쉽게 지나간 처음 7년처럼 라헬을 얻기까지 노동하는 두번째 7년 또한 금방 지나갔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에서 지냈으니까요. 완전수라고 알려진 숫자 7이 세번 나옵니다. 7년, 혼례기간 7일, 또 7년…야곱의 계획과는 상관 없이 펼쳐지는 이 세월이 하나님의 큰 그림 속에서는 반드시 거쳤어야 하는 훈련의 시간이라는 뜻일까요. 라반 집에 처음 도착했을 때 외삼촌 앞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다 털어놓았다면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축복을 받은 진짜배기 사연도 고백했다는 뜻입니다. 라반의 머리속에는 야곱을 이용하고 착취할 궁리가 시작되었을줄로 추측하게 됩니다. 베델에서 만난 하나님을 기억하고 의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의 선한 의지와 계획, 타인을 향한 신뢰와 존중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보험회사가 아닌 한 잘못될 가능성을 놓고 만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우리는 다 굿윌 (good will) 의 원칙 안에서 보편타당한 (그렇다고 약속하고 믿는) 룰을 지키며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야곱이나 라반 같은 사람을 만나 이런 굿윌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어려운 일을 만나 7일 동안, 7년 동안 고스란히 인내하면서 속사람을 단단히 만들어야 하는 시절을 지내게도 됩니다. 야곱이 라반한테 속은 것을 알고 라헬과 함께 도망을 갔다던가, 레아와의 결혼을 무효화하자고 고집을 피웠다면 야곱의 열 두 아들, 열 두 지파의 스토리는 없었겠지요. 야곱의 인생은 또 많이 달랐겠지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인도하신 하나님이 나 또한 인도하시고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리라는 베델 들판의 믿음을 잊지 않고 사랑하는 라헬 만을 바라보는 야곱이 한편 측은하기도한 아침입니다.

    Like

  2. 주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힘든 일이 있는것은 주님이 저희들을 위해 훈련 시키시는것이고
    기쁘게 훈련을 받고, 기쁜일이 있는것은 축복인줄 알고 감사하는
    믿음을 주십시오. 이웃에게 주님의 향기가 퍼저가는 오늘이 되도록
    인도 하여 주십시오. 아멘.

    Like

  3. 격동기를 지나고 있는 야곱의 스토리를 읽으며 천방지축 나의 젊은 날의 행보를 돌이켜 봅니다. 이네 노년의 말기에 이르러서야 다시한번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에게 베푸신 하나님이 베프시는 인자와 진리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조금이라도 깨닫고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