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84편: 순례길에 오른 마음

해설:

이 시편은 “고라 자손의 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고라 자손의 시는 이미 42편부터 49편에서 읽은 바 있습니다. 고라 자손은 성전 제사를 위해 섬기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시편은 ‘순례시편'(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를 오는 사람들이 여행 중에 부르던 노래)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순례시편은 120편부터 134편에 묶여 있습니다. 

시인은 먼저 성전에 대한 애정을 고백합니다. 성전은 “주님이 계신 곳”(1절)이며 “주님의 궁전 뜰”(2절)입니다. 시인이 성전을 사모하는 이유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 연인이 정인이 남기고 간 반지를 만지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처럼, 시인은 성전을 생각하며 하나님을 그립니다. 그는 성전에 집을 짓고 사는 참새를 부러워합니다(3절). 자신도 주님의 집에 항상 머물러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4절). 그렇게 사는 사람이 가장 복된 사람입니다. 

시인은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는 순례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길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순례길에 올라 있습니다(5절). 예루살렘 성전에 이르기까지 순례자는 여러 가지의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눈물 골짜기”(6절)는 그 난관을 상징합니다. 원문에는 “바카 골짜기”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예루살렘 근처에 있던 험한 골짜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먼 길을 걸어 온 순례자들은 이 골짜기에서 마지막 시련을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순례자들의 마음에 은총을 주셔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하십니다(7절). “샘물”과 “가을비”(6절)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상징합니다. 

장차 오르게 될 순례길을 상상하면서 시인은 앞에서 말한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합니다(8절). 아울러 그는 “주님께서 기름 부어 주신 사람”(9절) 즉 이스라엘의 왕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래야만 예루살렘 성전이 안전히 보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주님의 집 뜰 안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곳에서 지내는 천 날보다 낫기에, 악인의 장막에서 살기보다는, 하나님의 집 문지기로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10절)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께 대한 사랑이 이토록 강렬하기에 수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순례길에 오르는 것입니다. 주 하나님은 “태양과 방패”(11절)가 되시기에 그분을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복이 있기 때문입니다(12절). 

묵상: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누구나 순례자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알지 못하는 곳을 향해 떠난 것처럼 자신의 자리를 떠나 부르신 이를 따라 가는 것이 순례입니다. 태어난 곳에서 평생토록 머물러 산 사람이든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아온 사람이든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 순례자가 됩니다. 믿음의 순례는 이 땅에 있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여정이 아닙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로 향하는 순례입니다. 몸의 순례가 아니라 마음의 순례입니다. 우리가 결국 가야 할 목적지는 이 땅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하나님 안에 머물러 사는 것이 가장 복된 일임을 알고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믿음의 순례길에 오른 사람은 여러 번 “눈물 골짜기”를 지나가야 합니다. 때로는 회의로, 때로는 의심으로, 때로는 환난으로, 때로는 박해로, 때로는 시험으로 높고 낮은 골짜기를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순례자는 하나님에게서 내리는 은총을 구하고, 하나님은 가을비가 내리듯 혹은 샘물이 터지듯 은총을 부어 주십니다. 그 은총으로 순례자는 눈물 골짜기를 지나 결국 하나님의 품에 이릅니다. 

믿음의 순례길에 오른 사람은 이미 하나님 품에 안겨 있는 것처럼 지금을 살아갑니다. 정인을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하루 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연인처럼, 믿는 이들도 이미 하나님 나라에 이른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이 땅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하나님 나라에 이르는 것이 우리의 믿음의 여정입니다.  

2 thoughts on “시편 84편: 순례길에 오른 마음

  1. 좁고 험한 순례의 길이지만 진리이고 생명임을 고백합니다.
    땀과 눈물과 수고가 있지만 더 큰 사랑과 기쁨과 안식이 있는것을 알면서도
    신작로 에 한눈을 팔고 걸어 왔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이웃과 함께 말씀과 지팡이와 막대기로 바른 길을 걷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Like

  2.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떠날 수 없는 처지지만 묵상하는 이 시간에는 발 닿는대로 = 말씀이 이끄는대로 어디든 갈 수 있는 행복한 순례자가 됩니다. 하나님 계신 예루살렘을 향해 걸어가는 시인은 당도할 그곳을 사모하며 눈물의 골짜기를 거뜬히 지나갑니다. 성전에서 축제일을 기리기 위해 길을 나선 순례자의 마음도 담고 있지만 메시야를 기다리며 마음의 순례를 하는 사람도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목적지를 향해 길을 걷는 능동태의 순례자이든 말씀이 이끄는대로 마음의 순례를 하는 사람이든 다 하나님의 나라, 그분의 의를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주를 의지하며 걸으니까 참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례자가 되고 싶습니다.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