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장 1-21절: 위대한 반전

해설:

예수께서 태어나실 즈음에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제국 내의 모든 국민에게 호적 등록을 하라는 칙령을 내립니다(1절). 그것은 제국을 통치하는 한 방법이었고 또한 세금 수입을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호적 등록을 하려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가야 했으므로 요셉은 임신한 마리아를 데리고 나사렛에서 베들레헴으로 내려갑니다(4-5절). 그들이 그곳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 해산할 날이 이르렀는데, 여관에 방이 없어서 ”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눕혀”(7절) 두어야 했습니다. 당시 베들레헴은 기껏해야 오백 세대 정도가 사는 작은 동네였기에 여관 시설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기를 구유에 눕혔다”는 말은 짐승 우리에서 해산했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구주로 오신 분이 베들레헴이라는 이름 없는 마을의 어느 헛간에서 태어나 구유에 누우셨습니다. 어마어마한 아이러니입니다. 

그날 밤에 들에서 양을 치고 있던 목자들에게 천사들이 나타나 “구주”(11절)가 나셨다는 소식을 전해 줍니다. 당시 목자는 오늘로 따지면서 불법체류 노동자들입니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양을 치는 것은 당시로서는 최악의 3D 업종이었습니다. 거친 돌산과 광야로 옮겨 다니면서 양들을 먹여야 했기 때문에 그들의 몸에서는 늘 땀냄새와 짐승 분뇨 냄새가 풍겼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목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습니다. 언제든지 사고치고 도망갈 사람들로 여긴 것입니다.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나님은 가장 낮은 곳에 있던 목자들에게 제일 먼저 구세주의 탄생 소식을 전하십니다. 가장 높은 곳에 계신 분이 태어나셨다는 소식이 제일 낮은 곳에 있던 사람에게 가장 먼저 전해진 것입니다. 이것도 또한 어마어마한 아이러니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이렇게 우리의 기대와 기준을 넘어섭니다. 

천사는 목자들에게 “너희는 한 갓난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다“(12절)라고 전합니다. “그리스도 주님”(11절)이 나셨는데, 그분이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표징이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이라니! 믿을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그 천사와 함께 “하늘 군대”(13절) 즉 많은 천사들이 나타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것은 목자들의 눈에만 보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천사들의 찬양은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를 잘 담아냅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나님께 영광”이요 “사람들에게는 평화”(14절)입니다. 그분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날 것이며, 그분은 평화의 길(1:79)을 여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윽고 천사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목자들은 베들레헴으로 달려가서 요셉과 마리아와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찾아냅니다(16절). 그들은 요셉과 마리아에게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를 전해 주었고,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고이 간직하고, 마음 속에 곰곰이 되새겼습니다”(19절). 목자들은 그 모든 것을 확인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돌아갑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팔일째 되는 날에 예수님에게 할례를 행하고 예수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그것은 가브리엘 천사가 지시한 것입니다(21절).

묵상:

카필라 왕국의 왕자로 태어난 싯타르타와 달리 예수님은 유다 백성 중에서 가장 비천한 여인의 몸을 통해, 가장 비천한 한 남자의 양아들로 태어납니다. 그가 태어날 때 인간의 영역에는 누울 곳이 없어서 짐승의 구유를 요람으로 삼아야 했습니다. 가장 높으신 분이 가장 낮은 곳에 임하신 것입니다. 가장 존귀한 분이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오신 것입니다. 그분이 태어났다는 소식이 가장 먼저 전해진 사람들은 당시 사회에서 가장 천대 받던 목자들이었습니다. 천사들은 가장 높으신 분의 메시아가 태어나셨다는 증거로서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12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눈을 감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어떤 변화를 일으켜 오셨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지난 2천년 동안 인류 역사에 그분만큼 크고도 깊고도 강한 영향을 미쳐 온 분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이 정하신 때가 되면 그분이 다시 오셔서 온 우주와 인류 역사를 철저하게 뒤집어 놓으실 것입니다. 그분은 온 우주와 인류 역사의 주인이시며 또한 왕이십니다. 그런 분이 이 땅에 오실 때는 이렇게 낮게, 작게, 약하게 시작하셨습니다. 인류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임하셔서 그곳에서부터 인류 사회 전체를 뒤집어 엎으시려는 것입니다. 

그런 주님이시기에 짐승 우리와 같고 짐승 먹이통과도 같은 우리의 마음을 열고 주님을 모셔 들일 수 있습니다. 높으신 그분, 귀하신 그분, 영광스러운 그분을 생각하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분이지만, 베들레헴에 마리아를 통해 오셔서 짐승 먹이통에 누우셨던 분이기에 감히 눈을 들어 그분을 초청합니다. 그분이 우리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는 우리 삶에 진정한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3 thoughts on “누가복음 2장 1-21절: 위대한 반전

  1. 가장 낮고 비천한 자리로 오신 주님 감사합니다. 목자들에게 먼저 주님
    오신 기쁜소식을 알려주신 주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마음과 혼이 낮아지고 어려움에 힘들어 하는 주변들을 이웃과함께
    보살피는 오늘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Like

  2. 친숙한 본문인데 오늘은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때 마굿간은 요즘 차고와 마찬가지일겁니다. 말은 사람과 짐을 옮기는 교통수단 외 별다른 용도가 없습니다. 조그마한 마을에 있는 여관이니 말도 여러 마리가 있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마굿간에서 해산을 했으니 산실, 회복실, 신생아실…다용도실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계획하셨으니 이런 장면이 “연출”되었지 사람에게 맡겼으면 대단했을 것입니다. 미국이나 한국 (다른 선진국은 어떤지 모르지만)에서 결혼을 할 때 이벤트 전문 웨딩 코디네이터가 활약합니다. 큰 회사 사장실에는 미디어 담당 비서들이 있습니다. 정부 관리 중에도 의전과 언론 담당 전문가가 있습니다. “아주 아주 중요한 인물이 태어나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탄생하는 걸로 보여줄 것인가?”라는 지문이 감독 지망생이나 방송사 PD 시험에 나온다면…마굿간은 아닐 것입니다. 차고에서 아기가 태어난다고 답을 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화가로 잠시 상상해 봅니다. 빈 캔버스 앞에서 붓을 든 하나님…허름한 마굿간, 마구도 몇 칸 안되고, 언뜻봐도 부잣집 마굿간이 아닌 마굿간을 그립니다. 산모와 아버지가 있고, 갓난 아기는 일단 빈 먹이통에 뉘여져 있습니다. 말들이 순한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루한 차림새의 목자들 몇명도 마굿간 안에 서 있습니다. 화가이신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이 태어나는 장면을 이리도 초라하게 그리십니다. 사람은 자랑할 것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걸까요. 여관집 말들은 무엇을 보았을까요. 자기들 먹고 자는 자리에 어린 아기가 태어난 밤…거룩한 밤은 이렇게 우리에게 내렸습니다.

    Like

  3. 로마가 국가시스템은 대단해서 지금까지도 많이 공부되고 있습니다. 막강한 군대를 거느렸고. 공공시설과 군대를 위한 재정을 세금을 통해 확보한 부분도 그때 로마가 얼마나 체계적인 나라인지 알게되는 부분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미국같은 나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나라에 변두리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을 보면 지금도 하나님은 가장 낮으신 부분에서 일하고 게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난과 핍박이 만연한 곳에서. 어느 빈민촌에서. 어느 레퓨지 캠프에서. 이 세상을 뒤집어 엎으실 일들을 준비하고 게실지 모르겠습니다.

    힘과 권력이 세상을 바꾸어 왔지만.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힘은 오직 십자가의 사랑입니다.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돌아가신 예수님같이. 우리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시려면 우리도 십자가를 지고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를 원합니다.

    Like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