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장 1-18절: 빛으로 오신 ‘그 말씀’

해설: 

“태초에”(1절)라는 말은 창세기 1장 1절을 생각하게 합니다. 하지만 말은 동일하지만 그 의미는 다릅니다. 창세기 1장 1절의 태초는 하나님께서 창조 사역을 시작하실 때를 가리키고, 요한복음 1장 1절의 태초는 창조 사역을 시작하기 이전의 때를 가리킵니다. “창조 사역을 시작하기 이전의 때”라는 말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천지 창조 후에야 시간 개념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언어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차원에 대해 설명하려 할 때면 언어가 무용해집니다. 요한은 1절에서 천지 창조 이전의 하나님의 존재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씀”(1절)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로고스’입니다. 우리의 개념에서 말씀은 추상적인 사물을 가리킵니다. 누군가가 뜻을 담아 내뱉은 언설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히브리인들은 말씀을 추상적인 사물이 아니라 인격체로 생각했습니다. 말씀 혹은 지혜 자체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로마 사람들도 로고스를 인격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인격체가 인간 사회와 자연 세계를 지탱하고 인도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요한은 그것이 바로 성부 하나님과 같이 태초부터 있었던 신적 인격체라고 말합니다(1-2절). 그래서 그는 “말씀” 앞에 항상 정관사를 붙입니다.  

“그 말씀”은 성부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참여하셨습니다. 창세기 1장에서 거듭 반복되는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3절, 6절, 9절, 14절, 20절, 24절)이라는 말은 “하나님이 명령하시기를”이라는 뜻으로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한은 이 표현에서 더 깊은 의미를 봅니다.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말씀이신 그분”이 참여 하셨다는 것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말씀이신 그분 안에서 생명을 얻습니다(3-4절). 그렇기에 그분과 단절되는 것은 곧 죽음입니다. 목숨이 살아 있다고 다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말씀” 안에서 자신을 찾을 때에만 진정한 생명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그 말씀”을 떠나 참된 생명을 잃고 목숨으로만 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이미 죽음이 임했고 이미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 상태에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말씀이신 그분이 육신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14절).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어둠 가운데 비친 빛이십니다(9-10절). 이 세상에는 어둠의 세력이 강하지만, 그 어둠이 빛을 이기지는 못했습니다(5절).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빛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11절). 하지만 그분을 알아 보고 그분을 영접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자녀로 회복됩니다(12-13절). 그리고 그분을 통해 “은혜에 은혜를 더하여”(16절) 받습니다. 그분은 “은혜와 진리”의 원천이시기 때문입니다(17절).

묵상:

사도 요한은 우리를 영적 우주 여행 혹은 영적 시간 여행으로 초청합니다. 우주선을 타고 우주 끝까지 가보는 듯한 혹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시간이 시작된 첫 지점을 통과해 나아가는 듯한 여행입니다. 현실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을 묵상을 통해서 경험합니다. 천지가 창조되고 시간이 시작되기 이전, 하나님만 존재하던 그 시점으로 돌아가 보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제가 동원할 수 있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간과 공간에 한정된 저의 이성도 이 지점에서 작동을 멈춥니다. 그래서 침묵합니다. 그리고 그 침묵 가운데서 우주와 생명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한 신비감과 어머니의 모태에 들어가는 듯합니다. 먼지와 다를 것이 없는 나의 존재가 영원하고 절대적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깊은 안식과 평안을 경험합니다. 

우리는 우주에 던져진 미아가 아닙니다. 아무 의미 없이 생겨난 우연의 산물이 아닙니다. 이유 없이 생겨나 목적 없이 살다가 의미 없이 스러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영원하고 절대적인 분에 의해 지어진 존재들이고,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며, 결국 그분에게 돌아갈 존재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존재의 이유와 의미와 목적을 당신의 삶으로써 증명하신 분입니다. 그렇기에 그분 안에서 우리 자신을 다시 발견할 때에만 우리는 비로소 참된 생명을 얻고 어둠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성탄을 축하하고 감사하며 선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 thoughts on “요한복음 1장 1-18절: 빛으로 오신 ‘그 말씀’

  1. 말씀이 육신이 되신 예수님이 오셔서 저희들을 사랑으로 인도하심에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드립니다.
    주님의 자녀에 합당한 삶을 이웃과함께 살면서 세상에 사랑의 창조주
    하나님을 전하는 새해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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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리가 지어지기 이전부터 계신 주님. 우리가 지음을 받을 때 계신 주님. 우리를 지으신 주님. 빛이신 주님. 말씀이신 주님. 우리의 생명이신 주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 우리 안에 계시는 주님. 모든 것을 보시는 주님.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 넘치는 은혜를 주시는 주님. 주님을 더욱 사랑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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